배재대학교 경영대학 김철교 교수 |
IMF사태가 터지자 외국언론에서 한국에 유명한 경제학박사들이 많은데 왜 환란(換亂)이 왔는가 이해할 수 없다고 하는 뉴스를 접한 적이 있다. 혹자는 정부가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서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없었다고 주장하기도 하고 혹자는 위기를 감지한 학자들의 발표를 정부가 막았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경제는 경제하는 사람의 마음에 달려 있는 것이어서 아무리 정교한 이론이나 수식으로도 설명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최근 심리적 요인에 무게를 두는 경제이론이 등장하고 있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경제윤리를 강조하고 투명성을 제일로 치는 것도 모든 경제주체들이 경제하는 마음이 들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IMF이후 숱한 위기설이 언론의 밥상을 오르내렸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는 말처럼 IMF를 겪은 우리로서는 꼬투리만 보이면 엄청난 위기의식으로 증폭되어 온 감이 없지 않다. 물론 그러한 위기론을 제기함으로써 정책당국으로 하여금 대비를 철저히 하도록 하는 효과를 거두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또한 증시를 압박하고 자금시장을 경색시킨 원인을 제공한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외환위기를 비롯한 대우그룹해체, 현대그룹의 유동성부족들이 우리 경제가 선진경제로 발돋움하는데 촉매역할을 해내고 있다. 경제주체들이 해이해질 때쯤에 다시금 구조조정의 고삐를 조이게 한 빌미를 제공해 주었다. 최근 등장하고 있는 경기논쟁도 그러한 관점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연구기관들은 경기가 정점을 지나 수축기로 접어든 것이 아닌가 우려하고 있다. 정부쪽 주장은 실물경제지표가 최근 들어 상승폭이 둔화되고 있지만 아직은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예전의 경기상승기와 비교해 볼 때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경기의 하강국면 진입보다는 회복과정에서의 조정국면으로 보는 것이다.
어떤 관점이든 경제정책 특히 구조조정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부각되고 있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길어야 앞으로 1년이 금융 및 기업구조조정을 할 수 있는 마지막기회이기 때문이다. 물론 경제정책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정부만 애써서 되는 것이 아니다.
정치권에서는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 경제를 볼모로 삼아서는 안 된다. 여당은 국가경제와 민생문제를 정치현안과 연계시켜, 경제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을 야당 탓으로 유도함으로써 정치문제를 해결하려고 해서도 안 될 것이다. 야당은 경제가 잘못되어 국민이 어려움에 처하면 '바꿔, 바꿔'할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으로 착각해서도 안 된다.
언론은 항상 비판에 뒤따르는 건전한 대안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지금까지 잘못과 위기는 크게 부각시키고 대안은 구색 갖추기에 지나지 않았는지 뒤돌아 보아야할 것이다. 잘못은 지적하되 잘하도록 격려하는데 무게를 두고 모든 경제주체들이 신바람이 나도록 분위기를 조성해 준다면 어떠한 난관도 쉽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기업들은 과거의 환상에서 벗어나 정부의 특혜나 지원으로 성장하고 위기를 넘기려는 발상은 버려야 한다. 기업의 수익성과 안정성, 성장성을 균형있게 갖출 수 있는 내부역량을 기르는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설마'가 대우를 잡아먹었듯이 이제는 든든한 기반위에 서있지 아니한 기업들은 예측할 수 없는 때에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불어오는 태풍을 막을 수 없다. 비단 기업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경제주체들에게도 적용되는 것이다(2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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