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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대학교 경영대학 김철교 교수

1. 병의 진단은 옳은데 수술을 미적이고 있는 것이 문제

우리 경제가 혈행(血行)시스템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아 건강이 말씀이 아니다. 금융부문은 우리 인간의 순환계통과 같아서 피가 제대로 돌지 않으면 경제 전체가 비틀거리기 마련이다. 그런데 지금의 구조조정은 혈액을 배분하는 심장 수술이 시급한데, 혈관 치유에만 몰두하고 있는 현상이라고 할 것이다. 어떠한 아픔이 있을 지라도 심장을 완전히 수술해내는 것이 시급하다. 공적자금도 과감히 수혈해야 한다. 수술하는데 수혈없이 하겠다는 것 그 자체가 환부를 과감히 도려내지 않고 그저 자연치유만을 바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지금의 경제팀은 현재 우리 경제의 환부를 정확히 진단하고 있는 것 같다. 다만 과감성이 부족한 것이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실패한 정책팀이라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혹은 환자의 생명이 위태로울까봐 수술을 겁내는 의사라고 할까. 많은 전문가들이 정부정책의 신뢰성 상실이 큰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는데 이것은 진단능력에 대한 의심이 아니라 과감한 수술을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이 아닐까 한다. 정치권이나 언론은 경제팀에 확실한 힘을 실어주고 개각이니 불협화음이니 하는 말로 흔들지 말아야 할 것이다. 아무리 명의라하더라도 환자의 주변사람들이 의사를 불신한다거나 사사건건 시비를 건다면 누가 자신있게 집도를 하겠는가?



2. 의사결정자의 책임부터 먼저 확실히 물어야

다음으로 기업과 금융기관을 병들게 한 원인을 제공한 사람들에게 확실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우리 국민은 명분을 위해 자기를 희생할 줄도 알고 있다. 지금까지 많은 위기를 극복한 힘이 바로 국민들의 명분있는 희생에 있었다. 금융 및 기업구조조정에서 근로자들이 반발하고 있는 것은 자기를 희생할 명분이 서지 않기 때문이다. 이 나라 경제를 병들게 한 바이러스는 퇴치하지 않은 채 모세혈관만 자르려고 한다는 것이다.

힘있는 자들의 명백한 이기주의 앞에는 굴복하면서, 기업을 병들게 한 기업주와 경제를 망가뜨린 의사결정자들에게는 확실하게 책임을 묻지도 못하면서, 구조조정에 동참하라고 한들 씨알이 먹히겠는가. 한편으로는 개혁을 열심히 외치고 한편으로는 '그러나 나는 손해보기 싫다'는 힘있는 자들의 작태에 분노하고 있는 민초들을 달래지 않고는 개혁은 성공할 수 없다. 개혁의 피로현상은 개혁의 대상들이 느끼는 것이지 성실한 대다수의 국민들은 아무리 오래 개혁이 진행되어도 피로한 기색은 전혀 없다.

3. 구조조정 방법도 재고해야

지금까지의 구조조정 방법도 문제다. 구조조정은 바로 감원이라는 등식이 일반화되어왔다. 무조건 몇 퍼센트 인력을 감축하는 것이 곧 구조조정으로 인식되고 있다. 참된 구조조정은 새로운 환경에 조직을 적응시키기 위해 조직의 목표를 재정립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조직의 재정비와 인력의 재배치에 있다고 할 것이다. 무조건적인 감원보다는 우선 조직전반에 대한 점검이 선행되어야 한다. 필요하면 새로운 사업도 창출하고 기존 인력들을 훈련시켜서 새로운 조직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배려가 있어야 한다. 그래도 불가피하게 남는 인력이 있다면 정리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수술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준비가 철저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선진경제의 문턱을 넘어들어가기 위해서는 모두가 고통을 나누어가져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정책당국자들은 국민들에게 고통을 분담시킬 명분을 마련해 주고 과감히 수술대에 올라 집도하시기 바란다.(20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