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영환경의 변화 > 얼마 전 현대경영학의 태두(泰斗) 피터 드러커 탄생 100주년 기념 국제 컨퍼런스가 대한상의에서 열렸다. 각국의 전문가들이 모여 쏟아낸 주옥같은 대안과 성공경험들을 우리 지방대학 경영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최근 기업경영이나 대학경영이나 모두 규제 완화와 자율성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기업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대학은 우수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생존과 성장을 담보하기위한 전제 조건이기 때문이다. 자율성이 확대될수록 경영능력이 탁월한 기업과 대학은 도약의 기회가 되겠지만 변화에 둔감한 관료조직은 더욱 빠르게 도태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정부의 보호 우산 속에 안주해온 중소기업과 지방대학들에게는 자율화는 독약과 같을 수 있다. 무한 경쟁 속에 그대로 노출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방대학은 고객(학생)의 감소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다. 2016년부터는 고교졸업생수가 대학 입학정원보다 적어질 것이 예상되는 데다, 최근 발표한 통계청의 [2009년 한국의 사회지표]에 의하면 고등학교 학생들의 대학진학률 조차 떨어지고 있다(2008년 83.8%, 2009년 81.9%).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중소기업지원이라는 미명아래 한계기업의 생명만 연장시키는, 다시 말하면 산소 호흡기를 부착하고 뇌사상태를 연장시키는 그런 정책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앞으로 자율화와 경쟁이 대세가 되고 있어, 중소기업이든 지방대학이든, 한정된 자원과 무한경쟁 속에서 저절로 구조조정이 일어나 알토란만 남게 될 것이다. 대부분의 연구기관들에 의하면, 우리의 경영환경이 IMF 지원을 받은 외환위기와 미국발 세계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많은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첫째, 몸집을 줄여 유연하고 민첩한 조직구조가 되어야 하고 둘째, 외형성장 제일주의에서 알찬 성과위주의 목표로 전환해야하며 셋째, 급격한 환경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혁신해야 하고 넷째, 소비자의 욕구변화를 신속히 파악하여 새로운 제품 및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창출해 낼 수 있어야 한다. 기업이나 대학이나 모든 경영현장에 적용되는 금과옥조라 하겠다. 이 같은 환경변화의 요구에 대응하여 지방대학이 생존하기 위한 전략으로 어떤 것이 있을까. 피터 드러커에게 물어보자.
첫째, 우리 조직의 사명은 무엇인가? 둘째, 우리의 고객은 누구인가? 셋째, 우리 고객이 추구하는 주된 가치는 무엇인가? 넷째, 우리의 결과물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다섯째, 이를 달성하기 위한 우리의 계획과 효과적인 프로그램들은 무엇인가? 등이다. 또한 피터 드러커는 ‘혁신’과 ‘기업가 정신’을 방법론으로 강조하였다. 과거의 리더는 지시를 내리는 사람이었지만, 미래의 리더는 기업가정신에 충일하면서 혁신 마인드를 일깨우는 사람이 되어야 알토란같은 조직을 만들 수 있다. 컨퍼런스에 참석한 런던 비즈니스 스쿨의 헤르만 지몬 교수는, 규모는 작지만(평균 매출이 4억 3400만 달러, 종업원 수는 2037명), 어느 한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기업, 즉 ‘히든 챔피언(hidden champion)’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독일이 지난 수년간 중국 미국 일본을 제치고 지속적으로 세계 1위의 수출국 지위를 지키고 있는 것은 히든 챔피언이 많기 때문이며, 이 같은 작지만 강한 기업이 많아야 경제 강국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히든 챔피언’의 개념은 지방대학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히든 챔피언의 공통점으로 첫째, 글로벌 마켓에서 앞서가겠다는 원대한 목표 둘째, 작은 시장에 대한 집중 셋째, 세계화 의지 넷째, 지속적인 혁신 다섯째, 고객(학생 및 기업)과의 친밀함 여섯째, 제품(학생)의 질과 서비스(교육프로그램)에서 명백한 경쟁 우위 등을 들고 있다. 우리 지방대학들이 지향해야 할 방향을 그대로 제시해주고 있는 것이다. 요약하면, 고객(기업과 사회)이 선호하는 우수한 품질의 학생을 만들기 위해 과정(process)과 성과(outcome)가 뛰어난 교육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피터 드러커는 첫째 ‘우리의 사명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우리 기업이나 대학의 존재 이유를 묻는 것이다. 우리 대학이 왜 존재하는가? 여러 가지로 대답할 수 있겠으나 뭉뚱그려 한마디로 ‘큰 인물’을 만드는 것이라고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 ‘큰 인물’의 기준이 무엇인가는 보는 눈에 따라 다르겠다. 세상(남)이 보는 눈, 내가 보는 눈, 하나님이 보는 눈으로 나눠볼 수 있다. 하나님이 보시는 눈은 진선미의 기준에서 보실 것이다. 진선미는 인간 근본 가치이기 때문이다. 내가 나를 보는 눈은, 삶에 대한 만족이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만족하지 못한 삶은 재벌이나 대통령이라 해도 불행한 삶이다. 공자가 제시한 생활철학으로 다음 문구가 흔히 인용된다. ‘飯疏食飮水 曲肱而枕之 樂亦在其中矣 不義而富且貴 於我 如浮雲(거친 밥을 먹고 물을 마시며 팔베개를 하고 누워 있어도 즐거움이란 그 속에 있으며, 의롭지 않은 부와 귀는 나에게는 하나의 뜬구름과 같다). 이러한 도인의 경지에 이르기는 참으로 어려운 것이 현대를 사는 우리들이다. 당장 우리는 세상(남)이 나를 보는 눈을 가장 먼저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세상을 경영할 수 있는 능력을 펼칠 수 있는 좋은 직장(일), 혹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는 기본능력을 갖춘 인물이 되도록 도와주는 것’이 지방대학의 사명이 아닐까 한다. 그러기에 ‘큰 인물’이라는 표현보다 오히려 ‘당찬 인물’이라는 표현이 옳지 않을까. 둘째, 우리의 고객은 누구인가 라는 질문에는 비교적 답하기가 쉽다. 대학의 경우 학생과 기업이다. 기업과 학생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교육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학생과 기업이 만족할 수 있는 교육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교육과정도 교육방법도 교수 중심이 아니라 학생과 기업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 가르치고 싶은 것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배우고 싶어 하는 것, 기업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물론 요구하는 모든 것을 가르칠 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에, 핵심적인 공통분모를 찾아내어 아주 잘 가르쳐야 한다. 셋째, 우리 고객이 추구하는 주된 가치는 무엇인가? 주된 가치는 사람에 따라 대학에 따라 다르겠지만 교육중심대학, 특히 지방대학에 적을 두고 있는 학생들은 삶의 기본욕구인 경제적 안정을 위한 일터를 찾는 것이 아닐까.물론 학자들은 ‘가치’라는 단어만 만나면 철학 강의를 펼치기 마련이지만, 우선 자본주의 사회에서 먹고 살기에 걱정없게 해주는 것 그 이상의 가치는 없다. 지방대학이 가치에 대한 탁상공론에서 벗어나려면, 우리의 현실을 솔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런데 흔히 지방대 교육목표를 보면 서울의 일류대학과 별반 다른 것이 없다. 교육목표와 교육현장 그리고 사회(기업)현실의 괴리가 너무 크다. 교수들은 환상에 젖어있고 학생들은 현실 속에서 몸부림치고 있다. 다섯째, 이를 달성하기 위한 계획은 무엇이며 가장 효과적인 프로그램들은 무엇인가? 대학의 여건에 따라 다양한 방법들이 제시될 수 있지만, 예를 들면, 명실상부한 산학협력 시스템을 구축하며, 교양(외국어, IT, 인문학 등) 및 전공 실력 인증제를 확립하고, 멘토링시스템(사제간 밀접한 생활지도), 학생생활상담소(학생직업적성발견 등 직업상담, 정신적인 고민 등 생활상담), 교수학습지원센타(교수에게는 가르치는 방법을, 학생에게는 공부하는 방법을 안내) 등을 충실하게 운영하는 것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지방대학이 훌륭한 리더를 중심으로 내부구성원들이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설 때, 세계화라는 거대한 꿈은 그만두더라도, 지역의 한계를 넘어 전국적으로 유명한 대학, 소위 ‘히든 챔피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기업과 사회는 새롭고 다양한 지식과 상품을 창출해 낼 수 있는 창의력과 문제해결능력을 갖춘 사람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새로운 지식이 끊임없이 빠르게 생산되고 있기 때문에 학생들은 물론 지역 사회구성원들에 대한 평생교육 및 재교육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우리 대학들이 노력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고객들에게 매력적인 교과과정과 우수한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교육방법으로 다가갈 수 있다. 특히, 지방사립대학의 경우 등록금 외에는 별다른 수입을 크게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한정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혁신을 통해 경영합리화를 꽤해야 한다. 경직되고 비효율적인 조직은 업무재설계 과정을 통해 유연한 조직으로 바꾸어야 하며, 업무 담당자들은 전문적인 지식으로 무장해야 한다. 백화점식 운영은 경쟁력을 잃게 하기 때문에 선택과 집중이 특히 지방대학에는 필수전략이 되고 있다. 모든 경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리더, 특히 대학의 CEO는 많은 학문 분야를 잘 이해하고 있어야 이를 잘 융합시킬 수 있는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다. 또한 어려운 경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충분한 경영능력과 과감한 추진력이 있어야 한다. 모든 것이 ‘좋은 게 좋다’는 기득권 지키기와 관료주의에 젖은 경영자는 구성원들을 불행하게 만들 것이다. 우선 먹기는 곶감이 달다고 현실에 안주하다가는 나중에 나눠먹을 것이 하나도 남지 않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드러커는 ‘스스로를 구경꾼이라고 부르면서 늘 사람을 관찰하고 사람에 대해 연구하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경제학은 물론 역사와 철학, 음악과 미술에 이르기까지 공부하지 않은 학문이 없었다. 여러 분야에 대해 끊임없이 공부했기에 보통 사람이 생각하는 것 이상을 생각해낼 수 있었다’. 깊이 새겨볼 만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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